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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빛 기적

[나루토/드림] 처음의 기약 본문

オレンジ光奇跡/♥

[나루토/드림] 처음의 기약

람개비 2017. 9. 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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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토와 대화하기 사이트 오렌지빛기적에 업데이트된 소설입니다. (170905)

 사이트 내에서 이름 입력 후 글을 읽으셔야 이름이 출력됩니다.

 본 블로그에 올라오는 모든 히로인의 이름은 “리에” 로 통일합니다.




【 우즈마키 나루토 x YOU 】

「처음의 기약」






"이름이 뭐야?"


 맑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남자아이가 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우즈마키 나루토!"


 목에 메인 녹색 목도리가 아이의 움직임에 가볍게 일렁였다. 바람을 타고 넘실대는걸 눈으로 좇다가, 이내 시선을 마주한다. 눈 앞에 조막만한 손이 들이밀었다. 잡아, 말아, 짧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손을 잡았다.

 때는 시월이었다. 가을의 모습이 물러가고 코 끝을 발갛게 물들게 하는 추위가 등 뒤를 타고 흐른다. 겨울에 접어들지 않은 날이지만 저녁의 바람은 가을이라기보단 겨울을 연상케하는 쌀쌀함을 머금고 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마치 그것이 인생 전체의 일과라도 되는 냥 공원의 나무벤치에 앉아 있었다. 저녁 공기는 얇게 다듬어진 외투가 막아내기엔 시렸지만 그 곳에서 저녁 시간을 때우는 행위는 항상 반복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단조로운 일과 사이에 고개를 들이민 아이를 쳐다보았다. 입을 멍하게 벌리고 엄지손가락을 꼬물거린다. 머뭇거림 끝에 잡은 손은 남자아이의 활짝 갠 미소를 가져다 주었다.

 아이는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다가 이내 내 옆자리에 걸터앉았다. 이마에 씌인 고글이 달빛을 받아서 작게 반짝, 빛을 냈다. 그 장면은 순식간이었지만 꽤 이뻤다. 쌀쌀한지 제 옷의 매무새를 정리하던 남자아이는 돌연 성큼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 속엔 푸른 하늘이 담겨있었다. 

 내게 있어서 일곱 번째로 맞는 시월이었다. 많이 어렸고, 나는 깊은 생각이 부족했다. 타인의 접촉은 오랜만이었고, 그것은 흥미로운 행위이면서도 경계심을 가지게 하기 충분하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계속 나를 쳐다보았다. 빤히, 빠안─히, 그렇게 보다가,


 "이름이 뭐냐니깐?"


하고, 다시 말했다. 더 이상 눈을 마주하는게 힘들어 아이의 옆에 있는 풀숲을 응시했더니, 아이는 팔을 머리 뒤로 겹쳐 벤치에 기댄다.


 "내가 너 도와줬었는데."


 툴툴거리는 어조. 그리고 내가 지나칠 수 없는 말이다. 한 마디를 꺼내려다가 기침이 새어나왔다.


 "언제?"

 "너가 모를 때."


 그게 뭐야, 되물으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의 튀어나온 입술을 보고있으면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이 생각난다. 마음에 안 드는냥 발치로 애꿏은 흙바닥만 차던 아이는 다시금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아이가 고개를 돌릴때마다 밝은 금발이 팔랑팔랑 움직였다.


 "너 친구 없어?"

 

 입가 끝에 걸친 미소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무례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보다는 처음보는 아이에게 사실을 들켰다는 사실이 강했기에, 굳이 따지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아까 아이가 했던 행동처럼 발치로 흙바닥을 툭툭 걷어차고 있었다.


 "나도 없걸랑."


 그러곤 베시시 웃는다. 힐끔 달빛을 쳐다봤다. 아이와 나 사이에 불었던 바람은 어느새 나긋나긋하게 익어서, 피부를 촘촘 간지럽힌다.


 "우리 친구할까?"


 대답은 하지않았다. 사실 입술이 위아래로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게 맞다. 아이는 기다리다가, 또 기다리다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제 엉덩이를 탁탁 털고 공원 밖으로 가는 길목 방향으로 뛰어갔다.

 짧은 만남이고, 대화라고 이르기도 민망한 대화였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만남은 순식간에 깨지는 것이어서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다.

 역시 나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어 버리는구나, 하고 생각덩어리가 뭉쳐 끓어오른다. 고개를 숙여 손톱 끝에 시선을 던졌을 때 다시금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였다.


 "내일 또 올게! 다시 만나!"


 뛰어가던 아이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내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아이의 두꺼운 노란색 코트가 펄럭펄럭 움직였다. 그리곤 재빨리 가을의 바람을 타고 길 모퉁이에서 모습을 감춘다.

 사라지고 나서야 손을 흔들었다. 허공에서 느리게 움직이던 손은 또 다시 무릎 위로 가라앉는다. 누구에게 기약을 받은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주 조금은 고민했다. 그래서 아이가 사라지고 난 뒤에서야, 나는 아이를 떠올렸다.

 아직도 지나친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올라 있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햇살을 받은 기분이 문득 들었다.


 나와 나루토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름을 떠올리는 일이 아주 조금 힘들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외우는 행위가 낯설다. 내 세계에서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은 물질과, 동물, 식물, 그리고 나였다. 매 달 집을 들려 내 상태를 보고 가는 호카게님의 이름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리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러한 세계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저의 존재를 남겼다.


 우즈마키 나루토. 그렇게 말했다.

 다음 날 나루토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저녁시간을 공원 벤치에서 때우고 있었으므로, 나루토는 약속을 지키러 다시 내가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이름이 뭐냐니깐요."


 같은 질문을 두 번 들었다. 그래서 대답해주었다.


 "─리에."

 "아, 드디어 들었다니깐!"


 나루토는 어제처럼 얇고 옅은 노란색의 잠바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추위를 타지 않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활달해 보이는것과 똑같이 아이는 차림새부터 자유분방하다. 서툴게 목도리를 제 목에 칭칭 감아매고 바짓단이 구겨진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다리를 놀린다. 


 나루토가 두 번째로 공원에 온 그날, 아이는 내게 온갖 질문을 쏟아냈다.


 "있잖아, 있잖아. 왜 여기 혼자있는거야?"

 "... ..."


 물론 말은 하지않았다.


 "여기 지나갈 때마다 너를 봤어! 밖이 좋은거야?"


 아랫 입술을 짓이겼다. 건조한 살결이 파르르 떨렸다.


 "...너도, 내가 싫은거냐니깐?"


 뭐?

 다시 한번 내쪽에서 먼저 나루토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번이 두 번째다. 내가 누군가를 부정하는 말 자체가 거북했다.


 "나는 너 안 싫어해!"

 "그러면 아까부터 왜 대답 없는건데?"

 "그건..."


 너가 날 싫어할까봐, 라고. 소심하게 덧붙이니 나루토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대놓고 제 배를 잡고선 손사래를 쳤다.


 "싫어하는 친구한테 말을 걸 리가 없잖아!"


 말갛게 웃는 아이는 내게 말을 건네면서 조금의 부담도 주지 않았다. 처음 겪는 대화의 방식이었고, 너무 좋아서, 그래서,

 그만 작게 웃어버렸다.


 "오늘은 네 이름을 들었어! 좋아!"


 나루토는 다시금 벤치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뜨려는 준비를 하려는 모양이다.


 "내일은 좀 더 많이 얘기하는거다? 리에?"


 그 말은 또 다른 기약이었다.

 아이의 사라짐이 그토록 아쉬운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한 말은 겨우 열 마디도 안 되었지만, 그래도 생애 처음인 기분이 들었다.


 친구를 사귄 것 같다고, 바르작대며 몸을 벤치에 기댔다. 기쁜 웃음이 얼굴 가득히 그려졌다. 미소가 멈추질 않았다.





+)


 "부모도 없는게!"

 "당장 우리 마을에서 나가!"


 귓가에 박힌 소리는 폭언이었다. 그리고 다음엔 욕설이 들렸다.


 흔한 관경이었다. 더군다나 나루토에겐 더욱이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래서 나루토는 참지 못했다. 눅눅한 습기를 꽉 머금어 이끼가 잔뜩 핀 골목길 맨 구석에서 여자아이는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소녀가 쥐고 있는 제 옷깃 끝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나루토는 차마 그것은 눈에 담지 못했지만, 소녀가 폭언에 못 이겨 뒤돌아 골목을 뛰쳐 나가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숙인 소녀가 나루토의 곁을 지나쳐갔다. 어깨가 스쳤지만 소녀는 달음박질을 멈추는 대신 쭉 나아가기를 택했다.

 골목의 안 구석에서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나루토는 성큼 제 왼 발을 내밀었다. 쾅, 하고 효과음이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야!"


 호탕한 부름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탁월했다. 사나운 눈빛의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나루토를 쳐다본다.


 "뭐야, 꼬맹아?"

 "친구를 괴롭히는건 나쁜거라니깐! 너네는 나쁜 녀석들이야!"


 조막만한 검지가 나루토의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리켜진다. 심기가 불편했는지 아이들은 훌쩍 나루토의 코앞까지 다가와 가리킨 검지를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시끄럽게 왱알대지 말라고."

 "시끄러운건 너네들이거든!"


 나루토는 지지않고 대꾸했다. 표정이 일그러진 남자아이가 주먹을 들었다. 나루토보다 한 뼘정도 키가 큰 아이는 그대로 나루토의 뺨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충격을 막지 못한 나루토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밝은 금발 위로 골목길에 뭉쳐진 먼지가 더덕더덕 붙어 올라온다. 아픈 것보다, 나루토는 이를 악물며 다시 일어난다.

 주먹을 꾹 쥐고 있는 아이의 뒤로 주근깨 투성이인 아이가 성급하게 앞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쟤 있잖아, 괴물이야. 구미호, 여우. 속닥속닥, 기분 나쁘게 수근거리는 소리가 불행히도 나루토의 귀에 꽂혔다.


 "너가 괴물녀석이었냐? 그래서 그 마을도 없는 애를 감싸준거야?"

 "괴물 아니야! 그리고 그 애에겐 마을이 있어! 나뭇잎 마을에서 살고있다니깐!"

 "끼리끼리 멍청이."


 찡그린 표정을 풀지도 않고 아이는 자리를 급하게 떠난다. 나루토가 아이의 등 뒤로 뭐라고 바락바락 소리를 쳤지만 아이는 이를 갈며 떠났다. 나루토는 가슴이 아리는 듯한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이 없는 게, 마을이 없는 게 무슨 잘못이냐니깐..."


 그리고 나루토는 생각해낸다. 어깨를 스치고 간, 폭언을 듣고 있었던 여자아이. 나루토는 왠지 그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가 뛰어간 방향으로 저도 나아갔다. 주먹에 맞은 뺨이 쓰렸지만 대충 손바닥으로 문질러 가라앉힌다. 뛰어가면서 바람에 목소리가 넘실넘실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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